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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 111호/OUTSIDE CAMPUS

당신의 연예인은 무사하십니까?



닷새 사이에 연예인 관련된 큰 이슈가 두건이나 발생했다. 그리고 관련 기사는 홍수처럼 쏟아졌고 그에 대한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은 사건과 관련된 단어들을 오랫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머무르게 했다. 이렇게 연예인 범죄가 화젯거리가 되고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일이 최근 유난히 많아졌는데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스턴트 음식같이 빠르고 영양가 없는 보도행태


먼저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올해 한류스타 김현중, 이병헌의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먼저 8월 22일 한 인터넷 매체에서 아이돌그룹 출신의 가수 겸 연기자인 김현중이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는 기사를 독점으로 보도했다. 이 내용은 다른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상습폭행, 전치 6주 등 자극적인 수식어구로 보도되었고 언론사들의 경쟁적인 취재로 소속사의 대응, 김현중과의 여자친구의 입장차, 그 둘 사이에 오고간 사적인 메시지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김현중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기도 전인 9월 초, 영화배우인 이병헌이 젊은 여자들에게 음담패설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그 이후 그녀들의 정체를 밝히고, 이병헌과 협박녀의 관계가 불륜으로 보인다거나 그 영상이 성추행적인 언행을 담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이 두 사건이 보도된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사건 초기에는 여러 매체에서 자극적인 표현으로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생산해냈다. 그러나 나중에 지친 대중들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자 사건들의 결말에 대해서는 훨씬 적은 개수의 기사를 생산해 대충 마무리를 지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 자세는 중범죄조차도 단순 가십거리로 치부해 소비하는 것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게하는 언론의 본질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판받을만하다.



어쨌건 나는 내 길을 가겠어요. 내 편과.


하지만 아무리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추세라고 해도 애초에 연예인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 원인을 제공하는 일이 없다면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범죄로 물의를 일으켰던 몇 연예인들은 그 죄질이 굉장히 나쁘고 대처도 불량했다. 지난 6월에는 2NE1의 멤버 박봄이 4년 전에 국내에 반입이 안 되는 마약류 약품인 암페타민을 수취인과 주소지를 바꿔가며 밀수입했던 일이 적발됐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을 끌다 사건을 입건유예키로 결정했던 사건이 뒤늦게 보도되었다. 약을 교묘하게 밀수하는 과정과 일부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났음에도 검찰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처벌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던 전례 없는 사례가 알려진 것이다. 많은 대중들이 기사 내용에 충격을 받아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에 대한 해명과 이후의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소속사는 ‘이미 잘 마무리된 일이다.’라며 감성적인 해명을 늘어놓았고, 박봄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격해지기 전까지 공중파 예능에 버젓이 나왔다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후에도 뻔뻔하게 자숙이 아닌 국외활동을 소화했다. 또 지난 9월에는 빅뱅의 멤버인 승리가 난폭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놓고 처음에는 피해자인 척 하다 블랙박스 영상과 목격자 증언으로 그의 잘못이 명백해지자 몸이 안 좋아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며 그에 따라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음을 보도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모든 부상이 즉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 전말이 밝혀지고 나서 바뀐 언론 대응 방식과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보여주는 그의 위험한 운전은 신뢰성을 떨어트렸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너무 안이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최근에 더욱 빈번하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앞에서는 자숙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단지 국내 매체에 노출되는 것만 조심하며 미뤄두었던 해외활동을 한다든가 복귀를 준비하는 휴식기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그리고 복귀할 때는 예능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청자들 앞에 나타난다. 이러한 대응이 가능해진 것은 연예매니지먼트사업이 커짐에 따라 소속사의 대응방식, 소위 ‘언론 플레이’가 지능화되고 눈과 귀를 막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절대적으로 변호하고 지켜주는 일부 열성적인 팬들을 등에 업은 덕분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은 대중문화의 소비자인 사회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먼저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소재인 범죄가 연예인과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더 소모적인 형태로 보도된다면 대중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그런 기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점차 지쳐버려서 여간한 사건 아니고서야 가십으로 넘길 만큼 무뎌진다. 이렇게 되면 대중의 도덕적 기준은 낮아지고 그에 따라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짧은 자숙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대중들은 이러한 악순환, 즉 연예인들의 도가 지나친 범죄와 그에 대해 무심해지게 만드는 소비적인 보도의 연속적인 반복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명인인 연예인들의 범죄는 맹목적으로 스타를 동경하는 청소년들의 도덕관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성인의 가치판단조차 흐려지게 해 다른 공적 사안에도 바람직한 판가름을 하지 못하게 할 위험을 갖기 때문이다. 몇 사람들은 직업의 한 종류일 뿐인 연예인에게 너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에게 쉽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결코 무거운 일이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