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3호 - 111호/OUTSIDE CAMPUS

켜졌어 Blue Light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수여되기 시작한 상이다.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올해는 특히 노벨화학상에 우리나라의 유룡 씨가 유력후보로 거론되어 노벨상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과학분야 수상결과가 나온 후 국내외(유룡 씨의 수상실패도 있었지만) 모두의 관심은 노벨물리학상으로 쏠렸다. 그 이유는 공동 수상자 3명 모두가 일본인(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이였기도 하지만, 이례적으로 실용기술 분야에서의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인 (왼쪽부터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 (출처: nobelprize.org)


그동안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새로운 이론이나 물질을 발견하는 등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 업적에 주로 돌아갔다. 이번에 이들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LED 중 청색 빛을 내는 LED이다. 이들이 발명한 ‘청색LED’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기초과학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게 하였을까?


LED의 구조와 빛 발생 과정 (출처: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


LED가 뭐지?

 먼저 LED에 대해 알아보자. LED란 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로 빛을 내는 다이오드란 뜻이다. 다이오드는 한쪽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도록 제어하는 반도체 소자이다. LED는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가 붙어있는 구조이다. p형 반도체는 정공(hole,+성질)이 더 많은(positive) 반도체이고, n형 반도체는 전자(electron,-성질)가 더 많은(negative) 반도체이다. p형 반도체에 +전압을, n형 반도체에 –전압을 연결해 주면, 자석의 같은 극을 맞대면 밀어내듯이 +전압에 의해 p형 반도체의 정공과 -전압에 의해 n형 반도체의 전자가 활성층(active layer)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렇게 밀려난 전자와 정공이 결합하면서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발산한다. 이때 발산된 에너지의 크기에 의해 빛의 파장이 결정되는데, 발산된 에너지가 클수록 빛의 파장이 짧아진다. 파장은 짧을수록 보라색 계통, 길수록 붉은색 계통이 나타난다. 에너지의 크기는 반도체의 물질에 따라 결정된다.

빨강도 아닌 초록도 아닌 청색?


청색 LED (출처: 위키피디아)


 LED의 많고 많은 색 중 왜 청색을 내는 LED가 중요한 것일까? LED는 1962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닉 호로니악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다. 그 이후 호로니악이 발명한 빨간색을 비롯하여 노란색, 주황색, 녹색 LED는 실용화 될 정도로 개발되었지만 청색LED 개발만은 계속해서 실패하였다. 질화갈륨을 이용해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1981년, 일본 나고야대 교수였던 아카사키 이사무가 질화갈륨(GaN)을 이용하면 청색LED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후 당시 제자였던 아마노 히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청색LED 개발을 시작하였다. 결국 10년이 넘도록 연구를 계속해야 했고, 마침내 1992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청색LED를 구현해냈다. 하지만 이것은 실용화될 정도의 밝기와 효율이 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니치아 화학공업에서 일하던 나카무라 슈지 또한 청색LED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1992년, 청색LED가 처음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나카무라 슈지는 개선된 질화갈륨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개선된 질화갈륨 반도체를 쓴 청색LED는 실용화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와 효율을 가졌다. 처음 LED가 나온 1962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나서야 청색LED가 발명된 것이다. 그만큼 청색LED의 개발이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개발된 청색LED의 가장 큰 의의는 바로 빛의 삼원색(RGB, Red, Green, Blue)을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청색뿐만 아니라 청색을 이용한 더 순수한 녹색까지 가능케 해 빛의 합성으로 수많은 색의 빛을 구현할 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완성된 백색광은 LED의 활용영역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폭 넓혔다. 


청색LED, 조명 역사에 혁명을 가져오다.


LED 조명 밑에 공부하는 아프리카 학생들 (출처: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회 발표 자료)


 이렇게 LED가 여러 군데에서 쓰이는 이유는 LED의 장점 때문이다. 먼저 LED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이 구조가 간단하여 크기가 작고 값이 싸다. 작은 크기 때문에 많은 제품들의 소형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리고 LED는 같은 전력에서 백열등이나 형광등 보다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19세기 발명된 백열등은 16lm/W, 20세기 발명된 형광등은 70lm/W의 밝기를 낼 수 있지만 LED는 300lm/W 이상의 밝기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밝고 전력소모도 작다. 이를 두고 노벨물리학상 심사기관인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조명의 역사에서 밝기 혁명(A bright revolution)을 일으켰다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수명 또한 매우 길다. 수명은 보통 반영구적이라고도 하는데 60,000~90,000 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하루 6시간씩 매일 써도 30년 이상 쓸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LED는 반도체이기 때문에 빠른 응답속도를 보인다. 전원을 공급해주면 시간을 두고 켜지는 백열등, 형광등과 달리 LED는 바로 켜진다. 그리고 LED는 원하는 색의 파장만 나오기 때문에 해로울 수 있는 불필요한 파장(자외선 같은)이 나오지 않는다. 발열량 또한 적기 때문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작품을 안전하게 비출 수 있어 전시용 조명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LED는 조명으로 이용할 때 매우 효율적이다. 노벨 물리학상 심사위원회는 수상자들의 업적을 “효율적인 블루LED가 밝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백색광원을 실현시켰다(Efficient Blue Light-Emitting Diodes leading to bright and energy-saving white light sources).”라고 평가했다. 블루LED가 백색광LED를 완성시켰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심사위원회는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나라에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조명에 LED를 이용하여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효율까지 좋게 하여 제공할 수 있게 하였다고 평했다. 이렇게 인간의 복지에 공헌하여 노벨상의 심사기준이자 이념에 맞는 업적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어디서 봤더라?


1980년대 라디오 제품에 쓰인 LED (출처: Google.com)


 지금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LED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초창기(청색LED 개발 전)에는 색이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전제품의 알림등이나 경고등에만 주로 쓰였다. 그러나 청색LED가 개발되고 나서는 그 쓰임이 확연히 늘어났다. 대용량 저장매체인 블루레이는 청색LED를 기반으로 태어났다. 청색LED로 인해 완성된 백색광LED는 그 사용처가 방대하다. LED TV부터 시작해 길거리의 가로등, 플래시, 방 안의 조명 등 이제는 안 쓰이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특히나 조명분야에서는 이제 거의 모든 조명이 LED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LED는 자외선, 적외선 또한 낼 수 있어 자외선 살균기 같은 제품에도 쓰이고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LED를 볼 수 있다. 그만큼 LED가 유용하고 쓰기 편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LED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낸 대가로 일본인 3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편하게 LED TV를 보고, 휴대폰 플래시를 켤 수 있게 해준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앞으로도 LED가 이용될 곳은 많이 남아 있고 여전히 연구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LED가 발전하고 어디까지 LED가 쓰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